[사설] 위기의 국익, 실리적 이익 추구 외면말라
[사설] 위기의 국익, 실리적 이익 추구 외면말라
  • 충남일보
  • 승인 2015.04.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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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국 간 정상 외교에 한국이 실종됐다. 올 들어 각국 정상이 연이어 회동하고 있으나 박근혜 대통령만 유일하게 아무 정상과도 만나지 않았다. 올해는 종전 70주년으로, 경제ㆍ군사적 이익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지형이 급변하면서 연초부터 각국 정상이 발 빠르게 만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조용한 외교 중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보와 극명하게 갈린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미ㆍ중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아베 총리는 연이어 중국ㆍ미국 정상과 만나며 실리를 챙겼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마저 북ㆍ러 관계에 힘을 싣고자 대외활동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토록 조용한 외교를 하는 한국정부가 이제 국익과 실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문제는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서 기회는 있었으나 흘려 보냈다는 점이다. 아시아ㆍ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에 박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이유로 불참했고, 대통령 대신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불참한 반둥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양국 우호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남미 순방 일정이 오래 전에 잡혀 있어서 박 대통령이 못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60주년을 맞이하는 반둥회의 일정도 이미 오래 전에 예고돼 있었다.
오는 5월 9일 예정된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도 박 대통령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참석이 확실시된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김 제1위원장이 행사에 참여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 하지만, 불참키로 하면서 남북ㆍ한러 간 정상 교류도 물 건너갔다. 상대적으로 김 제1위원장의 참석이 두드러져, 이를 계기로 북ㆍ러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실익을 놓쳤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태다. 더구나 최근 연이은 중ㆍ일, 미ㆍ일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고 안주하는 사이, 아베 총리는 미ㆍ중 모두와 손을 잡았다. 단순히 정상끼리 만나 악수만 한 게 아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유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협력,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각국은 실리도 속속 챙겼다.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그토록 요구했던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는 보이지 않았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는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했다.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사과는 하지 않고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치 제3자인 듯한 발언이다.
아베 총리가 중국, 미국 정상과 연이어 만나 각종 성과를 거두고 과거사 사죄도 두루뭉술 넘어가는 동안, 한국은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오는 6월 예정된 박 대통령 방미 일정이 현재까지 알려진 박 대통령의 유일한 6개국 정상회담 일정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 방미 일정과 가깝게 이뤄진다는 건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더 이상 이유를 핑계로 국익을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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