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해법을 보노라면 적잖은 실망감으로 마음이 무겁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적자를 누적시키는 공무원연금구조를 바꾸어야만 역사적으로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는 정권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일정한 틀을 정해놓고 꿰맞추는 형태는 과거 권위주의적 발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런 이들에게 희생을 또 강요하는 접근방식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국가가 어려울 때 박봉에 허리를 졸라매고 청렴하게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금 모으기에 앞장서며 위기극복의 선봉 역을 해 왔던 사람들이 바로 공직자들이다.
근대화다, 산업화다 하여 국가성장의 선봉에서 견인을 했던 것이 그들이고 또 지금도 헌신을 강요받고 있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항상 국민안위를 생각해 왔고 또 위기에는 언제나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이 공직자들이다. 경찰, 소방, 해경공무원은 휴가를 제대로 가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휴가를 말하면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취급을 받고 명절날에는 조상도 잊고 밥 먹을 곳 걱정을 하며 살아야한다는 게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이 편히 잠든 시간에 고된 야간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군인, 경찰, 소방관 등 대다수 공무원들이다.
제복공무원은 수당을 주지 않아도 임무가 주어지면 불평 없이 해결하는 초인적인 만능키로 여기고 있음이다. 이들은 국제행사, 각종 화재 및 시위현장, 중국 어선과의 사투, 밤을 낮 삼아 위험이 도사린 현장에서 3류인생으로 살아 온 공무원들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부정부패자로 몰리며 사정운운 들어야하고 타직종에 비해 직급과 보수에서 턱없이 적게 책정하더니 퇴직 후에는 연금에서 홀대를 하려고 있다. 기관운영비는 거의 주지 않으면서 관내에서 조달해서 사용하는 게 관례화 되어 있고 조달능력에 따라 평가를 하는 등 경찰관을 앵벌이로 전락시켰던 것이 역대 정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 OECD가입 등으로 등 따습고 배부르니 지난날의 기억은 잊은 채 현직과 퇴직공무원을 팽(烹)시키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국민과 이간질을 해 외눈박이로 전락시키려하는 것은 졸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보·혁(保·革) 대립이 극심했던 시절 한 여름 삼복에 갑옷을 입은 채 아스팔트 위에서 개보다 못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최루가스 날리는 길목에서 각목, 화염병, 돌팔매를 맞으면서 국가안위에 몸을 던졌다.
이들은 이런 신념으로 버티며 사기와 자존심 하나로 살아 온 사람들이다. 공무원이 과연 국민세금이나 축을 내고 곳간을 비우게 한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건 말인가? 이런 그들에게 정부가 결론적 목표만을 위해 조건 없이 희생하라 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헌신을 과소평가하는 것 자체도 옳지 않다.
그런 지금, 우리 정부는 연금개혁을 내놓고 이들에게 국가의 어려움을 이해시키려는 노력 없이 복지국가를 외치면서 마치 연금수급자들을 곳간이나 축내는 생쥐 정도로 몰아가며 국민연금수급자와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것은 ‘억지 정당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개혁에도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우선 그동안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연금손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런 후 향후 직급 및 보수체계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방만한 조직구조를 통·폐합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무원과 연금수급자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결론이라면 그 누구도 이를 이해하고 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시장 업무추진비 1000만 원, 부시장 500만 원, 경찰서장 90만 원 이것이 대한민국 행정제도의 현실이다. 80년대 시위진압을 하다 다치니 3주 진단에 2만8천 원 보상 끝. 동의대 민주화운동 4000만 원…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면 과연 누가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몸을 던지겠는가? 사정이 이럴진대 “10년이 지나면 484조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공무원이 저항하면 연금이 없어질 수 있다.”고 한 국회의원이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그들은 국민통합 운운하고 국정감사에서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지역구 예산은 10조 원 가까이 늘리고 한 번 당선으로 120만 원의 연금수혜를 받는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나랏돈의 개념만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헌신의 댓가가 그렇게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 연금대상자들이 받는 연금은 최소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갖다 쓴 돈의 일부와 청춘을 바쳐 일한 몸값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다.
평생을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공무원들에게 곳간을 축내는 생쥐로 몰아세우는 정부의 박제화는 부당하다.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